[연구소의 창] 성과주의의 신화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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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성과주의의 신화와 현실

노광표 0 5,219 2016.02.19 09:57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9·15 노사정 합의가 한국노총의 파기 선언으로 좌초되자, 정부는 노동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노동 5법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이번에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행정지침을 전격 발표했다. 합의 파기 이후 노정 갈등은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와도 같다.
 
노정 간 가파른 대결 국면에서 주목 할 점은 성과연봉제 도입 확대 방침이다. 정부는 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종업원들의 동기 부여가 약한 원인이 연공급제에 있다면서 성과형 임금체계 확산에 올인하고 있다. 이를 선도하는 곳은 공공부문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0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재직기간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경직적인 보수구조를 개선하고, 성과 중심 인사관리 강화와 연계해 합리적인 보상 문화를 마련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일반직 4급 과장급 이상에만 적용돼온 성과연봉제가 일반직 4급 전체 및 5급을 비롯해 경찰·소방 등 특정직 관리자까지 적용된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적용 대상을 기존 간부직(1·2급)에서 비간부직인 4급까지 확대해 전 직원 대비 70%에 적용하는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기업은 올해 상반기 중,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확대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입장은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공공부문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서는 성과연봉제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단기 실적주의와 일방통행식 줄서기 문화만 확산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로 양분된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는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확대가 일하는 조직문화를 향상시키고, 종사자들의 동기 부여 요인이 돼 조직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의 여부이다.
 
그런데 널리 알려져 있는 성과연봉제의 장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과대 포장돼 있다. 최근 글로벌기업들도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깨닫고 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자사의 경쟁력 약화 원인에 대한 컨설팅 결과 “조직 구성원들 간 협력을 통한 창의적인 문화 약화”가 지적되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를 폐기했다. 이 제도는 순위를 매기고 해고한다는 의미에서 ‘Rank and yank’라 하는데, 1980년대 잭 웰치 회장이 GE에서 도입한 이후 우후죽순으로 다른 기업에 확산됐던 제도였다.
 
이들 제도의 초기 옹호자들은 이제는 반대자로 변신했다. “회사에는 실제로 생각만큼 많은 저(底)성과자가 없다. 평가를 위해 강제 배분율을 적용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며 성과관리를 비판한다.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과관리 제도’의 기본 철학은 ‘서열화와 차등보상’에 있다. 이 제도는 조직 구성원 간 협력보다는 경쟁을, 장기 비전보다는 단기 이익에 몰두하게 만듦으로서 조직 경쟁력을 훼손하는 문제점을 가져왔다. 이익을 최우선하는 민간기업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과거의 이론을 맹신하여 차등적인 성과관리제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그 효과는 기대와는 달리 거꾸로 될 위험성이 크다.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공공부문이 갖는 민간과의 차별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부문은 ‘성과’라는 것을 무엇으로 잡을지도 알기 어렵고,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수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과연 그 조직의 목표인가라는 점에서 궁극적 목표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 확대 정책은 제고돼야 한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동기부여 방안은 금전적인 돈으로만 재단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보람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철새처럼 날아와서 단물만 속 빼먹고 책임지지 않는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하는 것이 공공부문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 몇 푼 갖기 위한 동료들 간 경쟁이 아니라 공직의 자부심과 자긍심 회복에 있다. 박근혜정부는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칼럼은 지난 2월 17일 뉴스토마토(시론)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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