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통계로 살펴본 82년생 여성 노동자 김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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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통계로 살펴본 82년생 여성 노동자 김지영 씨

4,361 2017.09.20 03:10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경은
 
 
올 상반기 서점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단연 ‘82년생 김지영’이다. 이 책은 빅테이터에 기반하여 평범한 82년생 여성이 가족, 친지, 사회로부터 겪는 성차별을 정면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더욱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82년 ‘개띠’가 태어난 해에 전두환 정권이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하고 프로야구단이 지역별로 창단되었다. 6월 민주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된 1987년에 이들은 아직 미취학 아동이었으며 중학교 3학년 때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였다. 이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민주 정부를 경험하였으나, 취업했을 때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은 당연하였다. 82년생은 성별에 따른 교육차별이 거의 사라졌으나 가정과 직장에서 문화적으로 차별당하는 세대를 대표하는 나이가 되기도 하였다. 소설의 주인공 ‘82년생 김지영’은 결혼과 육아로 인해 전업주부 즉, ‘비경제활동인구’가 되지만 일하는 82년생 여성의 노동현실은 어떨까.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2016년 하반기 원자료를 사용하여 만 나이 34세를 82년생으로 가정하고, 이들의 인구학적 특성과 노동 현실을 살펴보았다. 첫째, 82년생 여성의 절반만 임금 노동자인 반면에 남성은 10명 중 8명에 이른다. 2016년 현재 82년생은 85만 7천 명이고, 이 중에서 여성은 41만 5천 명(48.5%)이다. 82년생 여성 중에서 임금 노동자는 20만 8천 명(50.0%)이다. 82년생 남성은 44만 1천 명이며 임금노동자는 33만 9천 명(81.7%)이다. 다시 말해, 82년생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노동자 비율이 31.7%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의 인구학적 특성을 살펴보자. 이들은 같은 나이 남성 노동자들과 학력 격차가 거의 없다. 82년생 여성 노동자 10명 중 6명은 배우자가 있는 반면, 3명은 미혼이다. 우선 대졸이상 비율을 살펴보면, 82년생 여성 노동자 중에서 대졸이상이 9만 9천 명(47.8%)이고, 82년생 남성 노동자 중에서 대졸이상이 16만 9천 명(50.0%)이라는 점에서 대졸이상 비중 격차는 2.2%포인트 차이에 그치고 있다. 82년생 여성 중 김지영 씨와 같은 대졸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6만7천 명으로 대졸이상 여성 노동자 수(9만 9천 명) 대비 67.7%에 이른다. 한편, 82년생 여성노동자들의 혼인상태를 살펴보면, 전체 22만 1천 명 중에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13만 1천 명(63.1%), 7만 1천 명(34.4%)은 미혼이다. 
 
셋째, 82년생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남성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정규직이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비해 고용형태를 자세히 분석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는 한시직과 장기임시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실태를 살펴본 결과이다. 82년생 여성노동자 중 14만 명(67.4%)이 정규직이지만 같은 나이 남성노동자 중 27만 명(79.8%)이 정규직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정규직 비중이 12.4%포인트 낮다. 
 
넷째,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같은 나이 남성보다 0.1년 길지만 월평균 임금은 67만 원 낮다. 2016년 현재, 현 직장에서 근속년수를 살펴보면, 82년생 여성노동자의 경우 4.3년이고, 같은 나이 남성 노동자들은 4.2년이다. 반면, 여성들의 월평균임금은 219만 원이고 같은 나이 남성들은 286만 원을 받는다. 
 
다섯째,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까. 1위는 경영관련 사무원(3만 명), 2위는 회계 및 경리 사무원(2만 7천 명), 3위는 문리 기술 및 예능강사(1만 1천 명), 4위는 행정 사무원(1만 명), 매장판매종사자(1만 명) 순으로 나타난다. 이어 학교교사나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가 각각 8천 명 수준이다. 한편, 82년생 남성 노동자의 경우 1위가 경영관련 사무원(6만 5천 명)이며 2위가 영업 종사자(1만 6천 명), 3위가 전기·전자 및 기계공학 기술자 및 시험원(1만 4천 명), 4위가 경찰·소방 및 교도관련 종사자(9천 명), 5위가 기술영업 및 중개관련 종사자(8천 명)이다. 82년생 남녀 다수가 선택한 직업은 경영관련 사무원으로 같지만, 나머지는 성별 직업 분리가 확실해 보인다.  
 
지역별 고용조사가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결혼한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외벌이로는 살기가 팍팍하고 자아실현을 위해서라도 ‘일’을 계속하고 싶을 수 있다. 미혼인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은 결혼과 육아가 ‘비경제활동인구’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이전 세대와 동년배 여성을 보며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남성 가장 생계부양자 모델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이들에게 1993년에 출판된 책 제목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내건 국정 목표는 성장과 고용, 복지가 선순환을 이루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우리 사회는 82년생 여성 노동자들의 짐을 덜어줄 방법이 무엇인지 활기찬 토론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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