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영미식 조직화 모형의 유럽식 수용: 독일 노동조합 사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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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돋보기] 영미식 조직화 모형의 유럽식 수용: 독일 노동조합 사례(상)

최고관리자 0 3,077 2020.09.08 16:27

1990년대 호주, 미국, 영국 등의 노동운동이 제기한 이른바 ‘조직화 모형’은 오늘날 산업화된 국가 대다수의 노동조합총연맹에서 전략적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의 수용 양상과 그로부터 비롯된 성과는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강한 노동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에서 조직화 모형이 어떠한 맥락과 조건 속에서 수용되었으며,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두 차례에 나눠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번 호에서는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인 Lowell Turner의 2009년 논문 “제도와 행동주의: 쇠퇴 중인 독일 노동운동이 맞은 위기와 기회”를 요약하여 제시한다. 이 글은 21세기 독일 노동운동이 조직화 모형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조건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다음 호에서는 베를린자유대학교의 Manuel Nicklich와 Markus Helfen의 2019년 논문 “독일 노동조합의 혁신과 ‘아래로부터 조직화’: 제도의 제약, 전략적 딜레마, 그리고 조직 내 긴장”을 살펴볼 것이다. 이 논문은 영미의 환경에서 형성된 조직화 모형을 대륙유럽 조건에서 수용하면서 생기는 긴장의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조직학습을 통한 대응 방향에 대해서 논의한다. 


 


제도와 행동주의: 쇠퇴 중인 독일 노동운동이 맞은 위기와 기회

Turner, L. (2009). Institutions and activism: crisis and opportunity for a German labor movement in decline. ILR Review, 62(3), 294-312.

 

 

번역 및 요약: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유럽 노동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강력한 독일 노동운동도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시장)자유화의 맥락 속에서 조합원 수, 단체교섭 적용률, 정치적 영향력 등의 감퇴를 겪었다. 특히 포괄적 산별협약제도, 작업장 공동결정제도 등 독일 노동운동이 크게 의존해왔던 기존 제도들의 약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풀뿌리 동원에 기반하여 펼쳐지고 있는 혁신적인 캠페인들은 (새로운) 제도의 건설과 (기존) 제도의 재활성화를 자극하여 노동조합운동 부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약국소매점 체인 슐레커(Schlecker)의 전투적인 반노조 방침에 대한 사회운동 노조주의적 저항 사례, 그리고 독일금속노조(IG Metall)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본부(district)에서 시작된 재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전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볼 것이다. 

 

핵심 주장: 제도와 행동주의

 

이 글은 독일 노동운동의 전후 역사 -특히 1960, 70년대 사회운동이 제도를 위협했던 시기- 에 대한 개괄을 통해 제도와 행동주의에 대한 다음과 같은 변증법적 명제들을 제기한다.  

첫째, 견고한 경제, 정치, 사회적 제도는 갈등과 협상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이미 형성된 제도는 지속적인 -때로는 변혁의 기회로도 귀결될 수 있는 강력한- 압력을 받으며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확립된 채널을 통해서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을지라도, 기존 제도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상실해간다. 요컨대 이미 형성된 제도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방어/개혁/재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쇠퇴한다. 사회적 행위자들의 이익을 방어하거나 증진시키기 위한 주춧돌[=제도]은 가만히 두면 날아갈 수 있다. 

둘째, 시장경제에서 노동제도는 풀뿌리 동원에 기초한 캠페인이나 주기적인 사건들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제도와 행동주의의 이러한 관계는 필연성을 갖고 있으며, 풀뿌리 행동은 사용자들이 막을 수 없는 (노동제도의) 재활성화 자원이다. 한편, 노동조합의 행동주의 전략은 특정한 정치사회적 기회가 행동주의 전략을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기회구조 형성), 나아가 조직 내부 논쟁을 거쳐 이 전략이 리더십과 현장의 지지를 모두 획득할 수 있을 때(=전략적 선택) 출현할 수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독일의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서독)은 산업민주주의의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요소로서, △단일 총연맹과 16개 산별노조에 기초한 비경쟁적이고 통합적인 노동조합 조직구조 △사업장 수준 작업장평의회와 기업 수준 감독이사회 노동자대표 참여 등에 기반한 노사공동결정제도 등을 확립했다. 1980년대 전 세계적으로 보수주의 정권의 압력이 강해진 가운데서 미국이나 영국보다 독일의 노동제도가 상대적으로 쇠퇴하지 않은 데는 이러한 제도화의 경로가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그 기저에서는 1960년대와 70년대 사회운동의 경로를 통해 노동제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과정이 작동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렇듯 사회운동이 노동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제한됐었다. 1960년대와 70년도 독일 노동관계에서 제도화의 경로와 사회운동의 경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먼저, 제도화의 경로다. 독일 공동결정제도의 역사적 기원은 1918-19년 혁명운동의 영향 아래 1920년 제도화된 작업장평의회(works councils)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독일 노동자들은 1933년 히틀러가 폐지한 작업장평의회를 풀뿌리 동원을 통해 재건설했고, 전략적 동원을 통해 이를 “기업노조(company union)”로 전환시려는 사용자들의 시도를 막아냈다. 나아가 독일 노동조합은 1960년대 전략적 개입을 통해 작업장평의회를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교섭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산업 차원의] 포괄적인 단체교섭제도와 기업 차원의 공동결정제도 상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사회운동의 경로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전 유럽을 휩쓴 학생운동의 물결은 독일에서도 노동현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프랑스에서와 달리 독일에서는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의 결합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독일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1969년, 1971년, 1973년 들고양이파업의 물결 등으로 표출된 현장의 급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수용하였다. 그 결과 학생운동 출신이거나 그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현장지도자들이 대거 노동조합으로 수용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노조와 작업장평의회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풀뿌리 활동이 활성화됐다. 이러한 과정 끝에 1972년, 1976년 공동결정법이 개정됐다. 한편, 여기에는 1969년 선거에서 전후 최초로 독일 사민당이 다수당으로 집권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현장 전투성 및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방성이 확대된 측면 또한 영향을 줬다.   

 

현대 독일 노동운동의 위기

 

1980년대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냈음에도, 글로벌 자유화와 보수적 정권의 노동제도 약화 압력 아래 지난 10여 년간 독일 노동운동이 겪고 있는 위기의 지표는 충분하고 명백하다. 이를테면, △조합원 수 및 단체협약 영향률의 지속적 감소 △통일 이후 과거 동독 지역에서 노조의 확장 및 강화 실패 △민간서비스부문의 저임금 일자리 조직화 실패 △2003년 독일금속노조의 파업에 대한 노동자와 여론의 지지 급감 △건강보험, 실업보험, 실업/퇴직보험 등에서 복지국가 후퇴 △2006년 공공부문 파업 이후 중앙교섭의 붕괴 및 독일서비스노조(Ver.di)의 양보 교섭 △유럽통합과 글로벌 경제통합에 대한 대안적 전략 부재 등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부분적으로 독일 노동운동 전통적인 전략의 효과성 감소와 관련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적인 전략’이란, △강한 제도에 대한 의존 △상의하달식 활동 방식 △임금정책의 최우선시 관행 등에 기초하여, 단체교섭상 갈등과 정치적 저항 상황을 활용하여 작업장평의회 위원들이 노동자들을 조합에 가입하도록 독려하는 활동 방식을 말한다.    

한편, 이렇듯 독일 노동운동의 전통적인 전략이 효과성을 상실해감에 따라, 영미권에서 도입하고 있는 연합 건설과 풀뿌리 동원에 기초한 혁신적인 전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 전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 그 전환 결과가 가져올 조직 내 불확실성의 증대 등으로 인해 실제 실천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아래에서는 예외적으로 전략적 전환이 실천된 두 사례(‘제도 건설’ 사례와 ‘제도 활성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독일 소매 부문문에서 제도 건설 사례: 슐레커와 리들 캠페인

 

1994년 독일의 은행, 보험, 소매점 노동자를 대표하는 HBV(2001년 Ver.di로 합병)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반노동적 경영방침으로 악명이 높았던 약국소매점 체인 슐레커(Schlecker)를 상대로 조직화 캠페인을 시작했다. 당시 슐레커는 4,250개의 점포에 2만 2,500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파트타이머였고, 슐레커의 사용자는 이를 악용하여 최저의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노동제도 위반 등을 자행했다. 이에 대항하여 진행된 조직화 캠페인은 만하임에서 처음 시작했고, 사회운동 행동주의에 기초해 있었으며, 노동조합 내 소집단과 현장활동가들이 주도했고, ‘포괄적인 캠페인 전술’을 활용했다. 

약 1년의 캠페인 끝에 노동자들은 1995년 지역단위 작업장평의회(regional works councils)의 건설과 승인을 쟁취했고,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협박을 일삼는 사용자의 공격 속에서도 제도 건설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07년까지 100개의 작업장평의회를 건설했다. 슐레커 캠페인의 승리에는 사회운동 행동주의와 결합한 혁신적인 전략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노조가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기회구조로서) 사회적 맥락: ㉠ 독일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특히 소매점 같은 서비스부문의 저임금 일자리로의 진출 증가 ㉡ 독일에서 경제정의를 이슈로 환경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 영역에서 이미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 

② (기회구조로서) 제도적 개방성: ㉠ 기존의 노동자대표 기구나 노조 지도부, 확립된 전략 방침이 부재함에 따라 오히려 혁신을 위한 공간이 넓었던 점 ㉡ 다른 노동자들이 향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노동제도 –포괄적 단체교섭제도, 공동결정제도, 교육훈련권리의 보장- 의 존재 

③ 행위자 선택: 조직화 캠페인이 처음 벌어진 만하임 지역의 유구한 사회운동 전통에서 배운 교훈으로 인해, HBV 지도부는 슐레커 캠페인에 자신들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었음.

 

한편, 독일에서 약 4만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에서도 슐레커에서와 비슷한 조직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1)

1) 슐레커에서와 달리 리들에서의 조직화 캠페인은 본 논문이 쓰여진 2008년 이후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 리들은 독일 사민당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비판을 수용하여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독일, 리들(Lidl)사 사회적 압력에 밀려 고액의 최저임금 도입 움직임”(2011.2) 참조.

https://www.kli.re.kr/kli/selectBbsNttView.do?key=41&bbsNo=8&nttNo=12000...

 

독일금속노조의 재활성화: 조합원 동원, 2004-2008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외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지겐(Siegen)의 독일금속노조(IG Metall) 지역조직은 1999년 리더인 데틀레프 베첼(Detlef Wetzel)의 주도 아래 내부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은 기업 수준에서 조합원 확대와 영향력 강화를 목표로 했으며, 실천 결과 지역조직의 조합원 감소가 증가로 반전되는 성과가 도출됐다. 이 사례에 기반하여 베첼은 2004년 60만 명을 대표하는 IG Metall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본부의 대표자로 선출됐다. 한편, 기업 수준 교섭 기회를 확대하는 단체협약이 2004년 IG Metall과 금속사용자협회 사이 맺어진 후, 베첼과 그의 동료들은 “조합원 중심의 공세(member-centered offensive)”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세 요소로 이뤄져 있었다.

 

① “능동적인 교섭(active bargaining)”: 이는 기업 수준에서 조합원들의 직접 참여에 기반하여, 사용자가 산별협약의 틀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수용할 만한 기업협약을 제시하도록 압박하는, 노동조합의 공격적인 협상 수행 방침을 말한다.  

② “더 싸게가 아니라 더 좋게(better not cheaper)”: 이 방침에 따라 기업 수준 협상에서 노동조합 측은, 노동자들의 현재 및 미래 지식과 기술에 기초하여, 나아가 일부의 경우에는 생산 재조직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여, 상품의 질 및 생산성을 제고할 것을 능동적으로 약속했다. 

③ “조합원 증대(membership growth)”: 노동조합은 신규 조합원을 충원하기 위해 작업장평의회 위원과 노동조합 현장위원뿐만 아니라 기존 조합원까지 동원했다. “조합원 증대”는 베첼 집행부의 새 전략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종이였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은 미국식 “할 수 있다(can-do)” 정신에 기초해 있었으며, 노동자 참여, 공격적 협상, 일자리 보존, 새로운 교육 기회 등의 요구를 제기했다. 이러한 전략의 실천 결과, 조합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했고, 나아가 작업장평의회 위원과 조합원들이 신규 조합원 충원을 위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고 평가됐다. 또한, 이러한 교육훈련은 작업장 수준 투쟁이 발생했을 때 조합원들이 과거와 달리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하는 원천이 됐다. 그 외에도 이러한 전략의 실천이 독일 산업이 고부가가치의 하이 로드 경로로 가도록 긍정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2005년 이후 IG Metall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본부의 혁신적인 전략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데틀레프 베첼은 2007년 IG Metall의 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2008년 IG Metall의 내부 문서는 “조합원 중심의 조직화 전략”으로의 이동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이 가능했던 데는 혁신적인 전략을 옹호하고 실천한 새로운 지도세력이 출현했다는 점의 영향이 컸다. 지도세력 교체의 배경이 된 것은 전통적인 전략의 효과성 상실에 대한 공인, 그리고 2004년 단체교섭 등 혁신 전략에 유리한 제도적/사회적 재배열의 진행 등이었다. 그런 한편, 역설적으로 공동결정제도, 포괄적 산별협약, 직업훈련과 노동법원 등 독일의 전통적인 노동제도의 존재는 ‘(기회구조로서) 제도적 개방성’을 강화하여 새로운 전략이 실천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높은 실업률과 고용불안 등 ‘(기회구조로서) 사회적 맥락’은 노동자들과 지도자들이 새로운 이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례 비교의 함의 

 

지금까지 서술한 ‘HBV의 슐레커 캠페인 사례’와 ‘IG Metall의 전략적 전환 사례’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두 사례는 성공의 중요 요인으로서 ‘풀뿌리 동원’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전자는 사회운동 노조주의 양상을 보인 반면, 후자는 경제발전 노조주의에 가까웠다. 주요한 차이는 아래와 같다.


둘째, 두 사례로부터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 방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명제들의 도출이 가능하다. 먼저,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제도가 건설돼야 하며, 사용자의 반대에 직면하여 제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캠페인을 통해 다른 사회적 행위자들의 지원(=사회적 동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음으로, 노조(=제도)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는 현장조합원의 동원(=작업장 동원)이 제도의 재활성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두 사례에서 혁신은 아래로부터 시작됐으며, 혁신의 성공과 확산에 있어 상급 조직의 지원이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례에 대한 경험적 분석은 기회구조(제도적 개방성과 사회적 맥락)와 노동조합 행위자에 의한 전략적 선택을 중시하는 이론적 명제들에 부합한다.

 

독일 노동운동의 미래

 

독일 노동운동은 미국 노동운동의 실패 경험 –뉴딜시대 형성된 노동제도가 이미 해체됐음을 부정하면서 실패한 산별노사관계 모델에 방어적으로 집착하다가 실존적 절망에 이른 1970년대부터 1990대까지의 경험- 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또한, 최근 미국 노동운동의 혁신 전략 선택 –풀뿌리 동원, 연합 건설,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 등 사회운동 노조주의로의 전환- 이 가져온 성공으로부터도 배워야 한다. 서비스부문의 슐레커 캠페인 사례와 제조업부문의 IG Metall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본부 사례는 이를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할 수 있다. 

만일 독일의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이 (이미 효과성을 상당하게 상실한) ‘전통적인 방식’과 절연하지 못한다면, 또한 제도와 행동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안정과 붕괴의 한쪽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나아가 그로 인해 비현실적인 기대와 현실의 부정, 혹은 절망에 사로잡힌다면, 노동운동의 혁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는 독일처럼 노동제도가 정치경제와 견고하게 결합돼 있는 곳에서도 노동운동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배열과 사회적 맥락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에 상응하여 혁신적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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