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이 빠진, '청년정책' 이제 그만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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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1 04:27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1회 연재하고 있는 <세상읽기>의 필자 칼럼(2019.5.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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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이 빠진, '청년정책' 이제 그만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최근 우리 사회 주요 화두는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졸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일자리들이 대부분인 현실이 15년 이상 지속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찾는 데 11개월 정도 소요된다.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도 22만명이 넘는다. 이 시간 동안 청년들은 생계와 취업 그리고 자기 삶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일자리를 상실했거나 일 경험이 없는 청년은 실업급여와 같은 소득지원도 받지 못한다. 그사이 신용불량, 건강이상, 사회단절 같은 문제들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 정부정책으로 등장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시기였다. 2003년 ‘청년실업 종합대책’ 발표 때부터다. 약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정부정책은 고용 문제 중심이었다. 2004년 제정된 ‘청년실업해소 특별법’과 2023년까지 연장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또한 고용과 실업에 초점을 둔 법률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2018·3·15)도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10여곳의 지자체에서 시작한 청년수당이 ‘청년구직활동지원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정부의 청년정책은 어떤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정부는 40여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많다. 이행기 청년 노동시장의 특성이나 삶의 조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취준생, 자발적 이직, 불안정 고용, 니트(NEET)까지 매우 다양한 위치에 있는 것이 청년이다. 실제로 2019년 서울지역 2000명의 청년들에게 ‘개인의 행복한 삶의 중요도’를 물었더니 다양한 가치관과 상상력이 확인된다. 이를테면 ‘인간관계를 통한 안정감’이나 ‘건강한 정치문화와 시민으로서의 참여’ 그리고 ‘사회적 지위 등 사회로부터 얻는 안정’이 5위 안에 들었다. 이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경제적 가치와 휴식과 문화 이외에도 다양하게 확장되어가는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당·정·청은 청년대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을 추진하고, 총리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는 ‘청년정책관실’을 신설한다고 한다. 앞으로 245개 지자체에 청년 관련 행정조직이 만들어지고 지역에서 청년 욕구에 부합한 정책이 마련될 것 같다. 이제 우리 사회가 청년정책 제도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다만 과거 정부가 발표한 청년정책들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의 수많은 보고서들이 왜 청년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청년의 삶에 다가가는 정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 과제도 확인된다. 무엇보다 청년정책은 청년 당사자들이 정책을 발굴·제안·결정하고 이에 대한 예산 편성과 집행까지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과정이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다. 아마도 정책방향과 제도는 유럽연합(EU)에서 2013년부터 권고한 ‘청년보장제도(youth guarantee)’가 참고할 만하다. 청년보장제는 청년의 삶과 여정에 초점을 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정책이다. 물론 정책운영 모델은 서울시의 청년청, 청년의회, 청년정책네트워크, 지원조직 사례 등을 통해 보다 더 진전되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서울시 ‘청년시민회의’ 모임이 열린다기에 찾아가 봤다. 40개 분야별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1000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이 그들을 한곳에 모이도록 했을까.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일까. 국제노동기구(ILO)는 청년의 즉각적인 구직활동을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국가가 개인적 배경과 관련 없이 모든 청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으로서의 청년. 이제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 사회 주체로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에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국회가 답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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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92143005&code=990100#csidx524ec1a50fe1f8d87126f670f0a81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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