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각지대 노동, 초단시간부터 5인 미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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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각지대 노동, 초단시간부터 5인 미만까지

김종진 0 2,015 2021.12.31 17:21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 코너에 월 1회 정기 연재하는 칼럼(2021.12.31.)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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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노동, 초단시간부터 5인 미만까지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3일 근무 모집. 사무보조, 판매직, 블로그 업무, 간호조무, 학원 강사까지.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검색하면 하루 4시간씩 주3일 일할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1주일 총 근무시간이 14시간인 초단시간 노동자를 찾는 공고들이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 멀티플렉스 극장, 키즈 카페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행사 스태프, 비대면 시험 감독, 목소리 녹음 등 매우 다양한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초단시간 계약은 공공부문에서도 적지 않다. 아이돌봄과 시니어 일자리부터 도서관 사서는 물론 방과후 강사와 보육전담사까지 학교와 지자체에서 많이 활용된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콜센터 상담, 예술단, 임상병리사와 간호사까지 초단시간이 다수 확인된다. 이 정도면 초단시간 노동자가 없는 곳을 찾는 것이 쉬울 정도다.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일자리들이다. 문제는 초단시간 고용의 급격한 증가다. 200475만명에서 어느덧 185만명으로 지난 15년 사이 110만명이나 증가했다. 중복 통계이나 초단시간은 여성(689000), 65세 이상 고령(468000), 중졸 이하(412000), 청년(216000) 등 우리 사회 취약층에 집중되어 있다.

 

법령에서는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초단시간은 주휴수당은 물론 사회보험과 퇴직급여도 제외된다. 특히 초단시간 고용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법정연차휴가는 물론 초과근무 가산임금이나 육아출산 및 직장 내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곳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며 매장 수익이 나쁘니 주휴수당은 제외했으면 좋겠다거나, “우리 회사는 야근 수당이 없다. 프로의식을 가져라와 같은 사례들이 빈번하다. 일선 현장에서는 쪼개기 계약 등 편법적 형태도 적지 않다. 언제 내일이 될지도 모르는 현실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이윤을 위한 경제적 논리에 항상 가려져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고용 규모는 378만명이나 된다. 그런데 산재 사망사고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초단시간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서의 근로계약 미체결이나 임금체불 사례는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다!”거나 원래 그렇다!”는 답변을 듣는다. “노동법을 잘 몰라서 지키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접한다. 규모의 영세성이 주된 이유다. 그런데 묻고 싶다. 왜 노동법만 몰라야 할까. 자동차 매매나 주택 전·월세 임대 과정에서 계약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 자본시장에서의 사적 소유권의 중요성 때문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초단시간의 퇴직급여 지급 제한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규율자체의 합리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고, 노동관계법령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형성되는 경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도 살펴봐야 한다.

 

물론 초단시간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코로나19 시기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시적으로 기존 일자리안정자금과 소상공인안정자금을 통한 지원과 함께 10조원이 넘는 공동근로복지기금 활용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자의 고충을 인식하고, 주휴·연휴, 퇴직급여, 고용보험 적용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프랑스 민주노조(CFDT)122시간 이상의 최소노동시간계약제를, 영국 생활임금재단은 15시간 이상의 최소생활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초단시간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 및 사회보장 등 보편적 권리로서 동등한 법률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2310300035#csidxce6cb094cc06ce1be68ed336f7e8b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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