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회사 '갑질지수' 측정하기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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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9 02:31
* 이 글은 경향신문 월 1회 연재하는 <세상읽기> 고정 칼럼에 게제(2018.11.23) 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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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회사 ‘갑질지수’ 측정하기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언론에 갑질사건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해외 언론들은 갑질에 걸맞은 단어가 없어 우리말 발음 그대로 ‘gapjil’로 표현했다. 사실 영어 사전에 한국어 발음 그대로 등재된 단어들은 더러 있다. ‘Hangul(한글)’이나 ‘Chaebol(재벌)’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구글에 ‘gapjil(갑질)’을 검색하니 약 2만8500개가 확인된다. 아직 신조어에 불과하지만 곧 영어 사전에 등재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
올해 뉴욕타임스는 ‘재벌’과 ‘갑질’이라는 한국어 단어를 소개했다. 대한항공 한 임원이 광고대행사 간부에게 폭언을 하고, 물을 뿌린 행위를 한국인들이 ‘갑질’이라 부르는 행위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기사에서는 갑질을 “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천박한 자본주의사회에서나 보여주는 어두운 단면이다. 일상에서는 ‘갑’과 ‘을’의 계약관계를 보여주는 독특한 표현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갑질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직장갑질 119’라는 단체가 직장문화를 반영한 ‘갑질지수’를 공개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 일부 사례로 드러난 현상들을 객관화한 것인데, 올해의 경우 0점 만점에 35점이었다. 갑질지수가 높을수록 직장갑질이 심하다고 보면 된다. 직장 10곳 중 3곳 내외에서 만연된 갑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들이 법률만 준수하면 될 것도 많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68개 문항에서 20점 이하 점수가 하나도 없었다.
처음으로 공개된 갑질지수는 지난 1년간 제보된 2만2810건의 사례를 모아 만든 것이다. 전문가 자문과 토론을 거쳐 총 10개 영역, 68개 지표를 만들었다. 그간 만연된 갑질의 정도가 수치화된 것이다. 대한민국 갑질 평균(35점)보다 상회하는 결과가 나온 문항도 무려 37개나 되었다. 직장갑질은 유형도 가지각색이었다. 채용정보가 실제와 다르거나, 외모나 학력,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도 확인된다. 원치 않는 회식문화 강요나 체육대회, 단합대회 등 비업무적인 행사 강요도 있었다. 부하 직원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리는 말, 본인의 일을 부하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전가하거나 강요하는 행태, 퇴근이나 휴일·휴가 기간에 SNS 등으로 업무지시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아파도 불이익 때문에 연차나 병가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중소영세기업보다 민간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갑질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계 대기업은 50점 이상이 무려 12개나 된다. 주로 신입사원이나 직급이 낮은 직원들에게 회사 행사 때 원치 않는 장기자랑을 시키거나, 부하직원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이 높았다. 외국계 명품 화장품 회사들은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데 전국의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임직원들 앞에서 섹슈얼한 옷차림으로 장기자랑을 한 곳들도 있었다. 아마 올해도 있을 것이다. 자국에서는 하지 않는 행태들을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하고 있다.
직장갑질 결과는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 저임금이나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직장갑질이 더 심각했다. 사업장 내 우월적 지위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들이 더 갑질을 당하고 있었다. 사회의 불평등이 기업조직의 불평등으로 투영된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급히 통과되어야 한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국제기준 마련을 위한 결론문까지 채택(2018·6·8)한 바 있다.
‘직장갑질 119’는 갑질지수 측정 프로그램(test-gabjil119.com)도 함께 공개했다. 국민 누구나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한번쯤 우리 회사의 직장갑질은 몇 점인지 확인해보길 권한다. 앞으로 직장갑질 지수가 축적되다 보면 우리 사회의 직장문화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내년에는 대한민국 갑질점수가 한 자릿수 미만으로 발표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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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222046025&code=990100#csidx3cff862d4722c0b8331420541a3d7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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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222046025&code=990100#csidxb548845a59ebb8ab422544e3b96a8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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