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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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에 대해/김태현

구도희 6,443 2014.06.25 04:38
 
-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kimth419@hanmail.net)
     
지난 6월 19일 행정법원은 한국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학살을 자행했다.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합법적이라며 전교조가 낸 취소소송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은 19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과 수만 명의 해직, 10년 간의 법외노조 시절을 겪으며 쟁취한 교사의 단결권 확보를 전면 후퇴시킨 대표적인 노동탄압 판결이자,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노릇을 한 편파적 판결이라 하겠다. 
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서 노조 아님을 통보한 근거는 현직교사만 조합원의 자격을 가지도록 규정한 교원노조법 2조와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노조아님을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다. 행정법원은 "교원노조법 2조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도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 줬다. 
 
이 판결의 핵심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노조가 아님을 통보받을 정도의 중차대한 흠결인가 하는 문제가 하나고, 둘째로는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처분의 합법성 여부이다. 
우리 노조법 2조는 노동자가 아닌 자의 조합 가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해고자는 중노위 판정 전까지만 노동자 자격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원노조법은 여기에 더해 현직교사만 조합원 자격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원래 이 조항은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란 취업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실업, 해직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로 보는 것이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와 다른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 정의이다. 외국의 노동조합들이 실업자나 정년퇴직자, 심지어 학생까지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에서는 해고자나 실업자를 조합원으로 규정하는 규약이 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물며 전교조 해직자들은 모두 상문고 부패재단 반대 투쟁을 돕다가, 혹은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전교조가 선거자금을 대여해준 일과 관련해 노조 간부로서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 받는 바람에 해직된 것이다. 노조활동으로 해직된 조합원을 보호하는 것은 노조로서의 정당한 활동이다. 
설사 노동부의 논리대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법의 논리대로 과연 이들의 조합원 자격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6만 명이 넘는 대규모 대중조직인 전교조가 0.015%에 지나지 않는 6명의 해고자 때문에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더구나 그 훼손이 6만 명의 노조 전체를 법의 테두리 바깥에 둘 정도로 현저하고 명백해서 공익을 위해서 법외노조 통보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재판부 논리를 따르면, 전교조 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도 해고자가 단 1명이라도 활동할 경우 언제든지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을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는 판결인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판결인가? 한인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서 이를 비꼬아서 행정법원의 논리대로라면 "몇 명의 국회의원이 형사처벌까지 받고 의원 자격까지 박탈당한 새누리당부터 법외정당으로 처리하고 볼 일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둘째로, 과연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게끔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합법적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노조법은 노동조합설립신고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신고제도는 누가 보더라도 허가, 인가와 달리 신고만으로 신고증을 발부해야 되는 행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의 설립은 노동부가 실질적 심사를 거쳐 허가, 인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노동조합 해산제도가 존재하였다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이 제도는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노태우 정부는 슬그머니 법에도 없는 법외노조 통보조항인 9조 2항을 시행령에 슬그머니 끼워넣었다. 결국 이 제도는 노조법에 없는 실질적 노조해산 권한을 시행령을 통해 행사하도록 만든 위임의 범위를 넘는 탈법, 월권적 조항이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이 조항을 "노조법 2조의 법적 효과를 명확히 하고 노조에 시정 기회를 주기 위해 규정한 것이다"라며,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 하에서 행정권력이 노조 해산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조항을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다니 누가 보더라도 곡학아세로 길이 남을 판결이다. 
 
현행법의 논리를 떠나 원천적인 질문은 노동자의 단결권, 결사의 자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다양한 제한 조치를 가지고 있다. 노조의 설립신고, 변경신고, 필수적 총회 의결 사항, 노조 임원 선출 규정, 행정관청의 자료 제출 및 규약 및 결의사항 시정명령 및 노조아님 통보권한, 쟁의행위에 대한 신고의무와 찬반투표 의무 등 무수한 조항들이 노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행정관청의 개입과 통제를 두고 있다. 이것이 과연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규제하고 탄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같은 논리에 따라 사용자단체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만일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경영자 신분이 아니고 공무원이었거나 경총직원이었다가 사용자단체인 경총의 부회장이나 임원이 된 경우도 많으므로 사용자 지위가 아니었던 사람을 임원으로 두고 있는 경총부터 해산되어야 마땅하지만 경총의 단결권이나 결사의 자유는 아무런 제한조치없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결국 우리 노동법령이 노동자의 단결권,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헌법을 위배하여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입되어 있는 국제노동기구(ILO)는 제1차 대전의 폐허 속에서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으로 결성되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즉, 헌장 전문에서 "결사의 자유 원칙의 승인"은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평화를 확립하는 수단이라고 선언하고 있으며, 2차대전이 마무리되던 1944년에는 필라델피아선언에서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에 필수적" 임을 천명하였다. 이로 인해 그 헌장과 단결권 관련 87호, 98호 조약은 다른 조약과 달리 회원국이 비준을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국제적 기준, 즉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가 되어 있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서 ILO 87호 조약은 명쾌하게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2조] 근로자 및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택하여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이 가진다. 
[제3조] 1.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자유로이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에 대해서 결정하고 그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2.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어떠한 간섭도 중지하여야 한다. 
[제4조] 근로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하여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되어서는 안된다."
결사의 자유란 무엇보다 사전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그 단체에 가입할 권리이다. 규약과 대표자 선출 및 활동의 자유로운 권리는 행정관청이 제한하거나 간섭해서는 안되며, 행정관청이 해산이나 활동정지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군더더기없이 너무나 명쾌한 규정이다. 
국제노동기구가 최근 한국정부의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취소 및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서 수차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노조를 인정하라고 권고한 것은 모두 이 조약에 근거한 정당한 활동이다. 가장 최근인 2014년 4월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인정을 촉진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재인정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지체없이 취하고 이를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기대에 전교조 상근자의 현장 복귀 명령과 사무실 및 지원금 반납을 전교조에 요청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를 지워버리기 위해 총력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결권은 정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전교조는 법외노조 10년의 가시밭길을 이미 걸은 바 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13명 중 전교조 출신만도 8명이 당선되어 국민의 뜻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독재정권식 탄압은 스스로를 해치는 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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