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여성 고용차별 해법, '간접차별'서 찾자/황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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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여성 고용차별 해법, '간접차별'서 찾자/황수옥

구도희 5,827 2016.06.13 03:25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suok.hwang97@gmail.com)

 

강남역에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구의역에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근대의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문명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은 마땅히 사라져야 할 개념이다. 그러나 차별을 금지하는 일은 어렵다. 흑인의 깊은 소울을 사랑하는 백인, 여성의 위대한 모성을 숭배하는 남성,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고 격려하는 정규직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하며 악의 없는 선입견과 편견에서 시작해 차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위 선진국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싸우기 위해 법을 만들고 교육을 시키고 계도를 해왔으며 혐오와 차별은 철폐되어야 할 구태로, 각종 차별주의자들은 도태되어야 하는 사회부적응자로 낙인 찍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생존의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면서 기득권층에게 향해야 할 불만들이 너무 쉽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유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물며 차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교육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만들어진 차별금지법의 도입이 정말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았지만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32조 제4항에 근거하여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고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차별은 결혼 및 임신·출산 퇴직이나 여성 조기정년제 등 주로 여성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나마 고용상 차별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면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차별은 점점 사라지고, 비가시적이며 간접적인 차별로 변화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1항은 “사업주가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로 인하여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기준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를 간접차별로 규정한다. 간접차별은 직접차별과 달리 성별의 구별 없이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또는 남성에게 매우 불리하게 나타나는 차별의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직접차별은 이미 규정을 통해서 사용자의 차별의사가 드러나고 서로 다른 조건이 적용되기 때문에 차별을 인식하기 쉽지만 간접차별은 조건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규정만 가지고는 차별임을 알 수 없다. 때문에 간접차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계적 입증방법이 주로 쓰인다. 중립적인 관행이나 규정의 결과가 일부 집단에 불평등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차별받는 집단의 비율이 80% 정도일 경우 한 집단에 불리한 영향을 주어 불평등한 효과를 야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간접차별로 판단하는 것이다. 
 
직접차별에서는 사용자가 불이익을 유발하는 조치를 취하지만 간접차별에서는 사용자가 차별의 의도 없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기준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간접차별은 사용자의 의도가 어떻든 중립적인 기준이 적용되어 나타나는 결과가 차별인가의 여부만 판단한다. 즉 사용자가 전혀 차별의 의사 없이 사회통념에 따른 기준을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간접차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간접차별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통용되어 왔던 차별적인 사회통념 그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간접차별에 대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형식적인 차별을 회피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적용하는 기준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 것인지를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접차별에 대한 금지의 효과는 차별받은 노동자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 전체에 대하여 미친다.
 
노동의 유연화로 정리해고가 일상화되면서 비정규노동자, 시간제노동자, 파견노동자 등으로 다양해진 고용형태는 임금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다수가 여성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고용차별을 철폐하는 데 간접차별의 법리를 유용한 도구로 활용해왔다. 우리도 남녀고용평등법의 차별금지조항이나 기간제법에 따른 차별시정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실효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직접적인 차별규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간접차별의 규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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