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통합 사례 연구

노동사회

복수노조 통합 사례 연구

구도희 0 8,528 2015.07.07 04:56
 
1. 들어가는 말 - 노조통합을 눈여겨 볼 시점이다
 
1) 문제제기 
2011년 7월1일부터 사업장단위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이후 많은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었다. 제도시행을 전후한 시점에서 복수노조 설립과 그에 따른 노사, 노노관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실제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이후 복수노조에 따른 노노갈등, 노사갈등 사례 그리고 최악의 경우로 복수노조 제도를 사측이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노조들은 그에 따른 대응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빠뜨리고 있는 분야가 있다. 복수노조 간 통합이다. 이제 법률상으로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설립도, 복수노조 간 통합도 자유로운 상황에서 복수노조 유지가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노조 자율에 따라 통합도 할 수 있다.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복수노조 간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업장 수준 복수노조 통합 사례로는 아래에서 살펴볼 사례와 함께 논의가 진행 중인 서울도시철도노조들이 있다. 그와 달리 총연맹이나 산별연맹 수준에서, 노사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복수노조 설립과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 현실은 변화하고 있고 노동현장에서 그에 대한 대응도 나타나고 있는데 논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노조 설립이 나타나면 그 이후 대응방안으로서 다시 통합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어 이론이나 전략이 현실을 이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업장단위에서 통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실제 통합을 하고 있는데, 상급단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상급단체의 존재의의는 ‘당면투쟁’을 잘 하는 것에 있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또는 그 이상으로 노동운동의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복수노조 통합에 대한 논의, 실제 사례에 대한 고찰을 하고자 한다. 각 사례별로 나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이 의도하는 바는 단 한 가지이다. 복수노조 통합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복수노조 상황에 있는 사업장 노조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상급단체 관계자 그리고 노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관계자들이 복수노조 통합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만큼은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아래에서는 공공부문의 노조통합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정부정책에 의해 조직통합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노조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나타난 통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통합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 노조들도 위기극복이나 노조 재생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통합을 추진하는지와 실질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통합에 이르는 과정에서 노조와 상급단체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 조직내부의 특성으로 인해 통합이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노조의 장기적인 전략적 방향에 따라 통합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과제는 침체되어 가고 있는 한국 노조 운동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은 노조관계자들에 대한 반구조화된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사용자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연구 과제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 대상 사례는 산업간 차이에 따른 교란요인을 피하고자 공공기관 사업장(법률상 공공기관은 아니나 성격상 공공부문 특성을 갖는 사업장 포함)노조로 국한하였다.
 
2) 주요 연구과제
노조통합 관련 연구과제는 다양하지만 그 초점은 주로 노조는 어떤 이유로 통합하는가, 어떤 형태로 어떤 과정을 거쳐 통합하는가, 또 통합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로 모인다. 첫째, 노조는 어떤 이유로 통합하는가? 여기에서는 노조통합을 추진할 때 노조에서는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있는가, 즉 왜 통합하려고 했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노조는 어떤 형태로, 어떤 과정을 거쳐 통합하는가?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노조통합과정은 노조 지도부의 선도와 최종적으로는 조합원 투표로 결정된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대단히 복잡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로 통합 형태와 함께 실제 복수노조 통합과정에서 상급단체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셋째, 통합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그러나 이 부분은 통합 이후 상당 시간이 흘러야 결과가 나타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보다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살펴본다. 
 
 
2. 사례연구 
 
1) 연구 대상 사례
연구 대상 사례는 최근에 통합이 이루어진 4개 노조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0년 7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직장의료보험조합이 통합되면서 설립되었다. 그런데 이들 두 조직에는 그 이전부터 각각 노조가 있어서 조직통합과 함께 1사업장 복수노조로 존재하게 되었다. 통합논의 시점인 2013년 8월 현재 전국사회보험지부(사보노조) 조합원 수는 6,411명이고 직장노조는 3,338명이었다. 통합논의시점에서 사보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소속이었고 직장노조는 한국노총 공공연맹 소속이었다.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은 직업훈련기관이다.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은 현재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과거 공공직업훈련기관이다가, 2010년 7월 민간으로 전환하였으나 현재도 재원은 고용노동부 고용기금에서 나오고 있고, 노조에서는 다시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공공부문 성격이 강한 기관으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통합노조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노동부유관기관노조에 지부로 가입해 있다. 1999년에 교사직이 중심이 되어 대한상의직업교육훈련사업단노조(통합시점 조합원 184명)를 설립하고 한국노총 공공연맹에 가입하였다. 이후 행정직들은 2008년 인력개발사업단사무직노조(통합시점 조합원 31명)를 설립하였는데 상급단체 없이 독립노조로 활동했다. 사무행정업무를 지원하는 무기계약직들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노조 비정규직지부(통합시점 조합원 11명) 형태로 만들어져 잠시 존재했으나 소수라 노사관계에서 큰 의미가 없었고 단체협약도 없었다.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안전 홍보, 방송을 통한 교통 정보 제공, 안전시설 점검, 교통기술 연구 개발, 운전면허시험 관리 등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도로교통공단노조는 한국노총 공공연맹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고, 도로교통공단운전면허본부노조(도로교통공단상생노조)는 초기에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한국노총 관광서비스연맹에 가입하였다. 즉 두 노조는 같은 한국노총 산하였는데 산별연맹은 달리 하고 있었다. 잠시 나타났던 노조까지 포함하면 3개 노조였는데 이들 노조는 기관통합에 따라 복수노조가 되었고 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에서는 도로교통공단노동조합과 도로교통공단상생노조 2개였다.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으로 과거 환경관리공단과 한국환경자원재생공사가 한국환경공단으로 통합되었다. 환경관리공단에는 1986년 7월 설립된 환경관리공단노조가 있었는데 상급단체는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이었다. 한국환경자원재생공사에는 1988년 7월 설립된 한국환경자원재생공사노조가 있었고 상급단체는 한국노총 공공연맹이었다. 2010년 기관통합으로 인해 복수노조 상태가 되었다. 복수노조 상태에 있던 두 노조는 이후 환경부유관기관노조를 설립하여 1기관-1노조-2지부라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사례는 사업장단위에 존재하던 복수노조가 사업장단위에서는 통합을 이루고 있지 않지만, 같은 노조에 지부형태로 속해서 같은 노선에 따라 함께 활동하면서 교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통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복수노조 상태에 있는 노조들이 통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의 특이사례로 해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4개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수노조통합의 핵심적인 이유는 대체로 내부 요인인 노조 위기극복과 교섭효율성 증대 때문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주된 통합 이유는 신입직원 노조 미가입, 고령직원 퇴직에 따른 조합원 수 감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조직위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 사례는 복수노조 유지의 편익(복수노조별로 자기에게 유리한 단체협약 체결)보다 비용(복수노조 유지를 위한 다양한 비용)이 더 커서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실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도로교통공단 사례에서 통합의 가장 큰 이유는 통합해서 노조 힘을 합치자는 것이었고 과반수노조가 대표교섭을 할 때보다 공동교섭을 할 때가 더 좋았던 경험, 즉 교섭효율성 증대에서 통합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환경공단 사례는 노동조건 통일, 그리고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사측과 교섭을 잘 하기 위해서 노조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는 데서 노조통합 이유를 찾고 있다. 즉 이들 사례에서는 크게 둘로 나누어 노조 조직위기 극복(건강보험공단 사례)과 교섭 효율성 증대(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 도로교통공단, 환경공단 사례)를 노조통합의 이유로 들고 있다. 
둘째, 복수노조 통합형식은 조직상황에 따라 병합과 흡수통합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통합 과정은 노조지도부의 선도적인 결정 이후 조합원들 동의로 이루어지고 있어 지도부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노조통합 형식은 크게 흡수와 병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의 사례는 3개 노조 중 2개 소수노조가 해산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다수노조에 가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흡수사례이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공단, 도로교통공단 사례는 대등한 관계에서, 상대적 소수노조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통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병합사례로 볼 수 있다. 특이한 사례가 환경공단이었는데, 이 사례는 기관 내부에서 노조통합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니라 기관 바깥에서 소산별노조인 환경부유관기관노조를 건설하고 기관내부에서는 두 지부가 공존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사실상 노조통합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사례는 노조통합 형태가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통합과정의 일반적인 형식은 노조 지도부의 선도적인 결정에 따른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조직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조합원 인준투표를 거쳐 결정되는 방식이다. 
셋째, 통합과정에서 상급단체의 개입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산하노조의 통합에 대한 상급단체의 전략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산별노조가 일부 나타나는 등 상급단체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별노조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모든 사례에서 단위노조들은 통합과 관련해서 상급단체와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다. 우선, 4개 사례에서 상급단체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공단 2개 노조는 같은 한국노총 소속으로 산별연맹만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도로교통공단 사례에서는 상급단체 차이에 따른 노선차이가 큰 영향을 미칠 소지가 적었다. 다음으로 건강보험공단, 환경공단,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 노조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가 나누어져 있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에는 한국노총 소속, 민주노총 소속, 미가맹 3개 노조가 있었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선행연구나 사회통념으로 볼 때 상급단체 차이가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업장 현장수준 노조에서 상급단체에 따른 이념차이가 과거에 비해 약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복수노조 역사도 오래 되었고 노선 차이도 뚜렷한 사례로 건강보험공단을 들 수 있는데 이 사례에서조차 노조관계자는 “같은 기관에서, 같은 작업현장에서 함께 직장생활, 노조활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사고나 노조에 대한 태도가 비슷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상급단체 차이는 통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마찬가지 조건인 환경공단의 노조관계자도 “통합과정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차이에 따른 이념과 노선차이는 크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조직통합에서 상급단체의 이념이 현장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아마도 이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보는데) 상급단체 스스로 전략적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노조 간부들은 상급단체들로부터 통합에 대한 지침을 들었거나 논의된 바를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급단체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 “없었다”고 명확하게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3개 사례 노조가 속해 있는 공공운수노조 관계자에 대한 추가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되었다. 즉 “공공운수노조는 기관 내 복수노조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리고 통합 관련 건이 발생할 때마다 건별로 세부방침에 대해 논의하고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전반에 걸친 방침, 전략은 없다”고 진술하여 통합관련 전략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 연구사례에서는 복수노조와 관련해서 상급단체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환경 변화에 따라 복수노조가 나타나면 그에 뒤이어 분열에 따른 폐해 극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조통합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급단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넷째, 통합 효과는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4개 사례에서 모두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건강보험공단 사례는 조합원 수 증가 효과가 뚜렷해서 조합원 수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 면접조사 참가자들은 통합노조가 되면서 향후에는 노조 협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대한상의인력개발사업단 사례도 역시 직렬 간 갈등, 고용형태차이에 따른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두 번 교섭하던 것을 한 번으로 줄여서 교섭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환경공단 사례도 조직통합 이후 단체협약의 상향평준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종합하면, 4개 사례 모두 통합효과는 부분적이지만 긍정적(예상 포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성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긍정 효과가 가장 뚜렷한 건강보험공단 사례의 경우 조합원 수 증가는 예전 같으면 노조에 다 가입했던 신규입사자들이 가입하지 않다가 통합을 계기로 가입하는 것이므로 예전의 힘을 회복한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노조통합이 조직화와 교섭과정에서 노조 간 경쟁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어도 새롭게 조합원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사례들에서 나타난 노조의 교섭력 증대 역시 노조 분열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지, 새로운 교섭력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한적인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 연구 결과는 노조통합의 긍정적인 효과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사례에서 나타난 거대노조, 복합노조 출현에 따른 내부 조정 비용 증가는 한국과 같은 사업장단위 노조통합 사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3. 이론적 함의와 정책 시사점
 
1) 이론적 함의
이들 사례 연구는 다양한 이론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첫째, 사례 연구결과는 법, 제도 변화 시 나타날 수 있는 노조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논의들에서는 강조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노조 간 갈등 격화, 교섭비용 증가, 사측에게 유리한 지형을 예견하고 있었다. 단일노조를 강제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노조 이념, 직종, 고용형태 차이 혹은 사측의 개입 등에 따라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복수노조 이후 나타난 현상을 보면 한편에서는 복수노조를 둘러싼 노노갈등, 노사갈등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조들이 노조통합과 같이 갈등, 교섭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따라서 사례 연구에서 나타난 현실은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 노조 독점이 깨지고, 복수노조가 경쟁하니 복잡해지고, 갈등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식의 단순논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노조통합 사례는 노조가 그렇게 단세포적 대응을 하는 조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예견되는 노노갈등에 대해 노조는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어 이후 연구는 법제도 변화에 편중한 분석이나 예견보다는 노조자율주의 나아가 노사자율주의에 기초한 노사관계가 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에 따라 내부 조정을 거쳐 어떻게 갈등 비용을 줄이는가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례연구의 결과는 외국 사례들과 차별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외국의 노조통합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대체로 노조들은 노조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업단위에서 노조통합을 했으나, 그 결과는 원래 목적인 노조 재활성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타난 사례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노조통합은 노조 위기극복을 포함하여 실익 추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업장단위 노조들이 통합을 했고, 그 결과는 일부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업장단위 노조가 위기 극복을 위해 나름 대응력을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한국과 서구의 노조통합 결과의 차이는 통합 단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통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 점에서 외국의 연구들과는 차별적이다. 이후 연구는 한국 노사관계가 갖고 있는 특색들에 주목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구결과는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 또는 실무적인 검토에서 외국사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 정책적 시사점
연구 결과는 정책과 관련하여 다음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연구 결과는 노조 관계자들이 복수노조 허용 이후의 상황(조직통합 이후 기존 노조가 있는 상황 포함)에서 별도 복수노조 설립, 노조 간 관계정립, 복수노조의 통합 등 다양한 전략적 방향을 고민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또 노사관계 연구자들에게도 노조통합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노사관계 측면에서 복수노조 허용 이후 변화 양상에 대한 노조의 대응전략이나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미진한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 활동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산별조직에서는 조직통폐합이나 복수노조 허용 이후 변화 양상에 대한 대응의 하나로 조직통합에 대한 전략들을 폭넓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상급단체가 산하조직의 노조통합에 대해 전략적 개입을 못 하고 있다면 관련 노조는 물론 노사관계 전반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조통합과 관련하여 상급단체가 적절한 역할을 찾지 못한다면 이미 나타나고 있는 상급단체 미가입 등 상급단체에 대한 참여가 더욱 하락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이와는 달리 실제 사업장 단위 현장에서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노조들이 나름 대응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현장의 대응력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급단체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총연맹 차원이나 산별연맹(산별노조) 차원에서 노조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는가 의문이다. 상급단체들이 중요한 분야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당면과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라고 보인다. 
둘째, 연구 결과는 노조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노조통합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국의 선행사례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노조병합, 노조흡수와 함께 1기관-1노조–2지부와 같은 특이사례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를 더욱 연장하면 복수노조들은 자율 공동교섭 형태를 통해 통합에 준하는 효과를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이 사례연구에서는 1기관-1노조-2지부라는 하나의 특이사례만 다루었지만 현실에서는 더 많은 다양한 형태의 통합방식이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찰과 예견은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도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노조들이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소산별노조 건설, 지역노조 건설, 일반노조 건설, 산별노조 건설 등 다양한 시도를 복수노조 통합과 연계시킨다면 정책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연구결과는 복수노조 간 통합은 조직내부의 관성과 기득권이 형성되기 전에 추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조직통합이 되어 복수노조 상태가 된 사례들 중에서 기존 노조 설립이 오래된 경우, 복수노조들이 통합의 당위성을 제기하면서도 기득권, 인맥 등으로 인해 통합이 어려운 것을 볼 때 이는 의미 있는 시사점이다. 복수노조가 나타나고 노조가 분열이 지속되는 것은 노조만이 아니라 사측, 나아가서 다른 노사관계 이해당사자들에게도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 사례는 분열 상태의 지속 기간이 길수록 노조 기득권, 인맥 형성 등에 따라 통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통합은 통합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조직 갈등에 의해 복수노조가 만들어졌을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재통합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 주) 이 글은 『산업노동연구』 21(2)에 발표한 '복수노조 통합 사례 연구: 사업장단위 노조의 대응과 상급단체의 전략부재' 원고에 토대를 두고 문제의식 부분을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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