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검토

노동사회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검토

구도희 0 9,209 2015.07.07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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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지난 6월17일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노동위원회·정책위원회와 같은 당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윤후덕·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개정 국회법과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김선수 변호사의 발제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관련 행정지침’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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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고용노동부가 2014년 12월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하 비정규대책안)의 내용 중에 취업규칙 변경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근로조건의 합리적 적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기준·절차 명확화: 판례상 인정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 구체화”라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대책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용인데, 비정규대책안에 끼워 넣기 해서 추진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심히 의심스럽다. 
애초 노사정위원회는 2015년 3월 말까지 비정규대책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사정(使政)이 한국노총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개악안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결렬되었다. 그 후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기획재정부는 2015년 5월7일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이하 기재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에서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정년 60세 이상을 보장한「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정년연장법)의 시행에 대응한 대책이란 설명이다. 정년 60세를 3~5년 앞둔 시기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기재부 권고안은 임금피크제를 모든 공공기관에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2015년 5월28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실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위한 절차, 즉 과반수노조 또는 집단적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절차 없이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발표하려고 했었다. 위 공청회는 양대노총 조합원들의 항의로 무산되었다. 노동부와 새누리당은 2015년 6월2일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관한 당정협의를 열고 민간기업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에 맞추어 현재 공공기관 위주로 실시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민간 기업에까지 전면적으로 확대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근로자 측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고, 이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보완하는 것일 뿐, 새로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므로 새로운 행정입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노동현장의 갈등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여야 간에 치열한 논란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관련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에 대해 살펴보고,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그리고 노동부가 추진하는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의 성격 등에 대해 검토한다. 
 
 
 
Ⅱ.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관련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의 문제점
1.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일본에서 판례를 통하여 확립된 이론이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우리의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학설도 비판적인 견해가 다수다.
법규범의 절차적 정당성은 그 내용의 정당성과는 독자적인 효력 요건이므로, 그 내용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공동의 법규범 제정권자로서의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배제한 경우에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요구함으로써 사용자의 일방적 법규범 제정 권한을 제한하고 사용자와 근로자 집단을 공동의 법규범 제정권자로 보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게 된다.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공동의 법규범 제정권자로서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으로서 법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선고 77다355 판결(1977년 7월26)의 선고와 위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를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로 법제화했을 때 입법자는 일방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불이익 변경에 효력을 부여하는 두 가지 방법, 즉 집단적 동의라는 절차적 정당화 사유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내용적 정당화 사유 중에서 절차적 정당화 사유를 채택하고 내용적 정당화 사유는 채택하지 않는 방법으로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 판례가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긍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2.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 구체화의 문제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적용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이는 변경되어야 하며,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규칙 제도 자체의 한계성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명시한 우리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란 애매한 기준으로 대등한 공동 결정이라는 산업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집단적 동의를 배제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Ⅲ.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1. 임금피크제 도입에 집단적 동의의 필요 여부
기재부나 노동부는 60세 이상 정년을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도입하더라도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노동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첫째,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할 것(노사 간 합의정신을 존중), 둘째, 기존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과 비교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삭감률이 지나치지 않아야 할 것(형평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60세 이상 정년은 법률의 시행에 의해 어떠한 다른 요건의 충족도 필요 없이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임금피크제는 적어도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근로자에게 일정 시기 이후 정년까지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년이 58세인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 정년은 60세가 되는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58세부터 60세까지는 최소한 58세 시점에 지급받던 임금 수준을 지급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어느 시점부터인가는 임금이 대폭 감소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에 의해 연장된 정년까지 근무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그 자체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다. 이러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위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따라서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으로 60세 이상 정년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해 하더라도 그 효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위반되는 처사이다. 
 
2. 기재부 권고안의 문제점
기재부의 권고안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60세를 초과해 정년을 연장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 이는 정년연장법이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도록 한 것에 위반된다. 정년연장법에 의하면 ‘60세 이상 정년’은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노사가 그 이상의 정년을 정하는 것은 당연히 유효하다.
또한 정년 60세를 3~5년 앞둔 시기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노사당사자가 합의해서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에 근로자들은 계속 근무를 할 것인지 퇴직을 할 것인지 한 차례 고민을 하게 되는데, 도입 시기를 앞당길수록 임금삭감 시기가 앞당겨지게 되어 사실상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다. 
아울러 이미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이들 직원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했는데, 이는 명백한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하향조정이어서 위법이다. 
 
3. 임금피크제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
60세 이상 정년이 법률에 의해 보장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정년을 연장하면서 연장된 기간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년이 58세인 사업장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58세부터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경우 이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인지는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그러나 정년연장법에 의해 60세 이상 정년이 보장된 이상 위와 같은 논리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는 현 단계에서 연장돼 보장되는 정년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년연장법은 사업주와 과반수 조합 등 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여기서의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피크제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조치로 임금체제 개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 조항은 사업주에게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노사의 합의를 촉구한 것이지 합의 실패에 대해 근로자 측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항이 아님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노동부로서는 노사의 합의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열어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법률에 규정된 사업주의 의무는 사라지고 근로자 측의 희생만 남게 되는 지극히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Ⅳ. 노동부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의 행정입법 여부
1.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의 행정입법 해당성 여부
행정입법이란 일반적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주체가 일반적, 추상적인 규범을 정립하는 작용 또는 그에 따라 정립된 규범을 의미한다. 그 형식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부터 예규, 고시, 훈령, 지침, 기준 등 다양할 수 있다. 행정입법은 국민과의 관계에서 일반구속적 규범인 법규명령도 있고 행정조직 내부 또는 특별한 공법상의 법률관계 내부에서 그 조직과 활동을 규율하는 일반, 추상적인 명령인 행정규칙도 있다. 국회법 제98조 제1항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훈령·예규·고시 등이 제정·개정 또는 폐지된 때에는 10일 이내에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행정규칙이 행정입법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부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은 국회법 제98조 제3항 소정의 행정입법에 해당하지만, 법규명령은 아니고 행정기관 내부에서 업무처리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작성한 지침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기준인 예규, 지침 등에 대해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그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동부예규인 ‘요양관리 및 요양급여업무처리’에 대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고, 노동부예규인 ‘외국인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에 대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도 노동부예규로 정한 ‘업무상재해인정기준’에 대해 행정조직 내부에서 그 권한의 행사를 지휘, 감독하기 위하여 발하는 행정명령으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 내부에 관한 준칙 등을 정하는 데 그치고 대외적으로는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비구속적 행정계획안이나 행정지침이라도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다고 예상될 때에는, 공권력 행위로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2. 노동부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작성 시 법적 문제제기
노동부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주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과반수 조합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권을 피보전권리로 해서 변경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시행하는 바람에 급여를 삭감당한 근로자의 경우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자체를 무효로 보고 사업주를 상대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은 국회법 제98조의 제3항에서 정한 행정입법에 해당하므로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나아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직무수행에 있어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노동부장관에 대해 탄핵소추를 할 수 있고, 노동현장의 평화를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서 노동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자체를 공권력 행사로 보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이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다. 따라서 재량권 행사의 준칙으로서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을 이루게 됨으로써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공권력행사로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Ⅴ. 맺음말
노동부가 나서 소위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근거로 60세 이상 정년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묶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도 가능한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것은 법리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하고 산업현장의 갈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60세 이상 정년과 임금피크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60세 이상 정년은 법률의 시행에 의해 당연히 보장된 것으로 다른 요건이 전혀 필요 없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보장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므로 이를 도입하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함이 명백하다.(편집자주: 이 문장을 발문으로 뽑아주세요)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업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임금피크제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업주로서는 근로자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실제로 근로자들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런데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면, 사업주들로서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된다. 노동부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조장하는 것이 되고, 근로자들은 이를 사법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노동현장은 임금피크제 도입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고 또한 도입 이후에도 장기간 법적 분쟁을 함으로써 노사당사자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를 확인함으로써 노동현장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사업주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본연의 역할에도 반한다.
노동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하여 가이드라인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을 구체화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완화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심각할 것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는 대다수 미조직·비정규 근로자들, 중소영세업체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의 역할 및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을 갖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의한 근로조건 결정이라는 산업민주주의의 근저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지침이나 예규 또는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지만, 노동현장에서는 강력한 규범력을 갖기 때문에 법률 개정의 곤란이나 애로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통상임금 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자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는 논거의 하나로 노동부 지침을 신뢰했다는 것을 들었다. 법이나 대법원 판례에 위반된 노동부지침이나 예규가 대법원에 의해 그 적법성이 추인되는 결과로 되어 법치주의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는 실정이다. 노동부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실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지침을 만들 경우, 법원이 노동부 지침에 따른 임금피크제 실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할 우려도 불식할 수 없다.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지침으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무력화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확실하게 저지되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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