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서] 노동의 새 지평: 포용적 사회계약과 연대의 소나타 - 이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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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에서] 노동의 새 지평: 포용적 사회계약과 연대의 소나타 - 이명규

윤효원 982 07.26 11:25


 노동의 새 지평: 포용적 사회계약과 연대의 소나타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지난 제112차 ILO 총회에서는 ‘일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renewed social contract)’을 주제로 한 질베르 웅보(Gilbert Houngbo) 사무총장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은 아직 한국 사회에 널리 확산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는 주로 노동약자, 취약노동자,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통해 노동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ILO가 제시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한국의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동사회는 현재 저성장, 소득 양극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노동자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플랫폼노동 등 새로운 고용형태의 증가로 노동법과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적 틀로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고 포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내 식대로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고자 한다. 세상은 제도와 행위의 이중주로 굴러간다고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사회계약은 제도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해법이다. 이는 기존 제도의 틀 밖에 있는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포용적 계약’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상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행위란 소나타가 필요하다. 즉, 제도 안과 밖의 노동자를 한데 묶는 연합(Coalition)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로운 사회계약의 핵심 요소들은 다음과 같이 재해석될 수 있다. △인권존중과 기본적 노동권 보장,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거버넌스, △지속가능한 경제와 기업 육성,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정의로운 전환, △공정한 이익 분배, △적절한 노동보호, △직장 내 민주주의 증진, △보편적 사회보장 접근성 확보이다.  


그러면 이러한 제도적 변화만으로 충분할까?아니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추진력은 집합행위로부터 나온다. 이는 제도 안과 밖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하나의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대와 연합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사회는 더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조는 기존 조합원의 이익을 넘어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는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계약의 핵심은 사회적 대화의 강화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여 노동시장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임금, 노동시간, 고용안정 등 전통적인 노동의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산업 구조조정 등 새로운 의제도 다뤄야한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이해관계와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며, 때로는 갈등과 논쟁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새로운 사회계약을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 봄직하다. 제도와 행위의 이중주, 행위의 소나타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접근 방식이다. 제도적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며, 다양한 주체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뜻이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기후 위기와 기술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거의 관행과 이해관계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새로운 사회계약은 후자의 길을 선택 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아우성이다. 노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포용적 사회계약과 연대의 소나타는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 Shall we dance? 



-  이 글은 월간 『참여와혁신』 2024년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 출처: 노동사회 202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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