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모스크바 테러의 진짜 배후는?-(이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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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모스크바 테러의 진짜 배후는?-(이해영)

윤효원 1,361 04.29 09:56

[국제정세]

모스크바 테러의 진짜 배후는?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지난 3월 모스크바 테러이후 그 배후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일제히 ISIS-K(아이시스-K), 즉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중앙아시아 쪽으로 밀려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가 범인이라고 합창했다. 


테러리스트들이 검거되지 않은 채 도주 중인 가운데 미국 백악관과 서방언론은 범인을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오히려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국내 언론도 아무런 독자적인 취재 없이 일제히 받아쓰기하는 것도 익숙한 장면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건이 지닌 여러 복합적인 층위들이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건의 복합적 층위


첫째는 글로벌 차원이다. 한편으로 패권국 미국을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일련의 봉신위성국군(封臣衛星國群), 곧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등 이른바 ‘집단서방’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중심 일극체제를 견제·비판하면서 다극화를 지향하는 러시아와 중국과 이란이 합친 ‘사실상’의 동맹군과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 South) 국가군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글로벌 다수'(Global Majority)가 있다. 모스크바 테러 사건은 이런 글로벌 패권경쟁과 다극화 경향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이 사건은 우크라이나전쟁, 즉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간의 전쟁에서 비롯된 지역적 맥락도 함께 갖는다. 3년차를 맞이하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앞장세운 나토 진영은 현저히 열세를 겪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병력부족과 자금과 탄약 등 나토의 병참 위기 속에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불리해진 전황 역시 이번 테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셋째, 러시아 내부 사정과 연관된다. 러시아는 약 200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다민족국가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신생  독립국으로부터의 노동이민 유입은 러시아의 사회적 불안과 불만의 공급원 중 하나이다. 하지만 88% 지지라는 이번 러시아대선의 결과에서 보듯 현 푸틴 정부는 러시아 사회의 통합과 통제에 그 어떤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등 대립 진영에게 러시아 대선은 전장의 약세를 보전할 정치적으로 열린 공간이었음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게다가 과거 체첸전쟁과 조지아전쟁에서 보듯 러시아연방의 전략적 약화를 노린다면 이 ‘가장자리’를 공략하는 것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모스크바 테러의 특징 


3월 22일 모스크바 테러로 140명 이상이 사망하고 또 2백 명 정도가 부상했다. 사건 자체로만 보자면 1991년 이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10여 차례의 테러 사건 중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다. 


사건 발생 직후 서방측이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범인으로 지목한 테러단체 아이시스 호라산 측은 테러 실행범 4인 가운데 1인이 촬영한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시스의 테러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를 주장하면서 주로 자살폭탄과 인질극을 연출했던 해 비해, 모스크바 테러는 분명 그 성격을 달리한다. 도피 중 검거된 테러범중 일인은 돈 때문이라고 직접 말했다. ‘테러=순교’라는 등식이 일반적이라고 할 때 돈 받고 테러했다는 말은 지금까지 아이시스의 행태와는 무언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말해 준다. 또 테러 실행범 역시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놓고 본다면 정치적·종교적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허다하다. 


지금까지 러시아 수사당국이 밝힌 것을 짚어 보자. 첫째, 테러범의 도주경로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하고 있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둘째, 테러범의 증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뒤 키에프에 가서 못 받은 나머지 돈을 받기로 했다. 셋째, 도주 중 검거된 4인의 테러범 모두는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국적이며 러시아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넷째, 테러범들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교사범 혹은 배후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미국은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모스크바 사건직후 미백악관과 서방언론 모두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아이시스-I 소행이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들 아이시스의 “단독” 범행임을 유독 강조했다. 특히 테러 2주 전인 3월 7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현지 자국민에게 보낸 메시지가 각별한 주목을 끌었다. 당시 미 대사관은 이렇게 발표했다.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홀을 포함 모스크바 내 대규모 군중밀집지를 목표로 한 임박한 공격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바, 미국 시민은 향후 48시간 사이에 대규모 군중밀집지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


사건 발생 2주 전 미 대사관은 테러가 ‘임박’했고, 또 그 대상도 ‘콘서트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서방언론은 미국이 러시아당국에 사전에 테러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무시해 사건이 일어났으며, 따라서 이 모든 것은 푸틴정권의 무능 때문이라는 즉 ‘무능’프레임을 고안해 내었다. 하지만 그 직후 서방언론에서조차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되었다. 첩보의 소스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 측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테러경보는 48시간에 한정된 것이라는 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테러는 3월8일 아니면 9일에 일어났어야 했지만, 대선 전 크로쿠스 홀의 삼엄한 경비 때문에 연기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이는 테러범 중  리더 격인 자가가 3월 7일 현장답사를 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이 자는 모스크바에서 이스탄불로 가서 다른 테러범과 함께 숙박하면서 3월 4일 다시 모스크바로 왔다. 그리고 7일 현장을 답사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러시아 대선이 3월 15일 개시된다는 점이다. 예정대로라면 미 대사관의 경고처럼 3월 8일이나 아니면 9일경 사전에 정해진 테러장소 크로쿠스 콘서트홀을 상대로 테러를 실행해 대선판을 흔드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테러의 정치적 목표였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사건의 여러 구조적 층위를 고려해 볼 때, 테러 설계자로서는 대선 직전 대형테러를 통해 대선판을 흔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푸틴의 5선 가도에 재를 뿌려 러시아 지도부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 말이다. 이를 통해 불리한 우크라이나 전황에 새로운 전환점도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끔찍한 기습’을 예언한 미 국무차관의 급작스러운 경질


2024년 1월 말 미국의 유명한 네오콘 미국무차관 빅토리아 눌런드는 키에프를 방문해서 푸틴을 향해 ‘끔찍한 기습’(surprise)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어 사건 직전인 3월 20일 미백악관 안보보좌관 설리반도 키에프를 방문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 이유는 대선을 앞두고 혹시 모를 에너지가격의 급등이 바이든 재선에 미칠 악역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 3월 초 눌런드가 전격 경질되었다. 일설에는 그녀가 러시아문제와 관련해서 너무 나간 탓에 바이든이 경질을 결정했다고도 말한다. 이런 설의 배경에는 눌런드와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장 부다노프와의 커넥션이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라는 심증이 작용한다. 특히 잘 알려진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의 주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림1] 타지키스탄 주변 중앙아시아 지도


 


지난 3월 말 테러사건 직후 우크라이나보안국(SBU) 국장인 말륙 중장이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들이 테러했던 러시아 인물들을 줄줄이 언급했다. 그리고 크림반도의 케르치대교 폭파 테러도 자신들의 여러 작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실로 이해하기 힘든 이 인터뷰 직후인 3월 31일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테러방지를 위한 각종 국제협정에 의거 범인인 보안국(SBU) 말륙 국장의 신병인도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기구인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역정보대응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sinformation) 소장 코발렌코의 4월 초 영국 <더 타임즈> 인터뷰에 따르면, 테러를 통해 다민족국가인 러시아 소속 민족들 간의 분쟁과 불화를 가중시켜 내전을 유발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목적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비밀첩보원이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침투해 인종 간 증오심을 유발하기 위해 활약 중이기도 하다. 또 러시아에 의해 심문을 받고 있는 타지키스탄 테러리스트에 대한 가혹행위 의혹을 퍼뜨려 동정을 유도하다는 식이다. 각종 루머를 퍼뜨려 이미 2번이나 전쟁을 겪었던 체첸과 러시아를 이간질하는 것도 포함된다. 


코발렌코의 말이다. “당연히 러시아내 모든 민족 간 분열을 지지하고 정보를 통해 기름을 붓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유리하다 ... 인종 간 긴장을 부채질함으로써 러시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할 것이다.”  


‘쿠이보노(Qui bono)’. 누가 범인인지 사건이 미궁에 빠질 때 범인 추정의 원칙이다. 즉 이 사건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코발렌코가 인터뷰에서 말하는 ‘심리전’(psyops)이란 중앙아시아의 여러 ‘스탄’ 국가를 분열시키고, 특히 러시아 안에서 이들의 디아스포라 집단에 침투해 이들과 러시아인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고 분쟁을 끌어내는 전형적인 이간계를 말한다. 즉 모스크바 테러는 이런 이간계의 일환인 셈이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미국 CIA, 영국MI6 커넥션 


그렇다면 과연 아이시스와 모스크바 테러와의 연관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시리아에서 밀려난 상당수 아이시스 대원들이 우크라이나를 도피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2차 체첸전쟁 참전 이후 시리아로 와서 압둘 하킴 알 시샤니란 이름으로 아이시스를 이끌던 자다. 이후 그는 우크라이나로 이동해 시민권을 획득했고, 현재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참전중이다. 이러한 아이시스 출신으로 우크라이나로 건너온 지하디스트가 수십에서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 CIA가 현지에 아이시스-K등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원한다는 수많은 근거를 찾아 볼 수가 있다. 오래 전부터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내린 영국의 MI6가 타지키스탄 테러리스트 조직을 영국으로 유치해 지원·육성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러시아 정보기관은 이번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에 MI6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떠나 아이시스 나아가 알카에다가 CIA와 MI6의 자산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얻고 있다. <그림 3>은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그리고 튀르키예의 MIT가 아이시스의 총괄 감독에 해당되고, 해당국가의 전직 군장교들이 현장 지휘통제를 맡고 있으며, 이슬람 광신도와 전 세계에서 몰려 든 용병들이 아이시스 대원으로 활동하는 양상을 나타낸 개념도다. 

 

[그림2] 아이시스ISIS-I의 조직 개념도


 


아주 쉽게 말해 아이시스는 과거와는 달리 사실상 미국이나 영국의 용병이라 할 것이며,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 등을 상대로 돈을 받고 싸우는 테러 조직이라는 말이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찾아 볼 수 있는 이러한 주장이 일말의 진실을 내포한다고 본다면,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가 아이시스라는 미국 주류 언론의 주장은 결국 그 배후가 미국 아니면 영국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을 향한 패권경쟁


최근 러시아 수사당국은 테러범에게 지급된 자금이 우크라이나의 가스회사 부리스마Burisma를 통해 전달되었다고 발표했다. 부리스마의 운영진에는 전직 폴란드 대통령과 전직 CIA 고위간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누구보다 주목을 끄는 것은 헌터 바이든, 즉 현재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아들이 이 회사의 이사였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러시아 측은 나토의 고위인물도 연관되어 있다고도 발표했다. 


[그림3]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와 헌터 바이든의 커넥션 


 


사건의 최종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직후부터 러시아는 미영 주류언론의 주장과는 전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본부중 하나에 대해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SBU와 부다노프가 수장으로 있는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 테러라는 이 비극적 사건의 배경에는 주범과 종범이 누구냐는 것을 훨씬 뛰어 넘는 무한히 연결된 수많은 인과관계의 사슬들이 발견된다. 그래서 이 사건은 19세기 발발했던 영국-러시아 간의 백년전쟁을 말하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이어 받은 새로운 21세기 패권경쟁과 착종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라는 ‘지역전쟁’, 그리고 이른바 ‘근외국Near abroad’이라 불리는 구(舊)소비에트연방공화국 소속 주민과 러시아 간의 중심-주변 관계까지 복합적으로 착종되어 있는 것이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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